움직임으로 삶을 회복하는 새로운 세대, 조은혜의 조용한 혁명
메디컬 필라테스 디자이너 조은혜

디지털 피로,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 정서적 탈진이 일상이 된 시대. 이 모든 혼란 속 에서 조용한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상담실도, 자기계발서도 아닌, 바로 '몸’에서 출발 하는 회복의 움직임. 그리고 그 길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끌고 있는 이가 있 다. 조은혜, 대한민국의 MZ세대를 대표하는 필라테스 전문가이자 연구자다.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살아온 그녀는 오랜 시간 사람의 몸이 마음보다 먼저 무너지는 순간들을 지켜보았다.
“스트레스, 상처, 외로움, 실패… 그 모든 것이 결국 몸에 드러나더라고요.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요.”
이러한 통찰은 그녀를 단순한 운동이 아닌 의학과 재활의 경계선에 있는 움직임으로 이끌었다. 현재 국민대학교 스포츠산업대학원에서 메디컬 필라테스를 전공하고 있는 그녀는 필라테스를 단순히 몸매를 만드는 도구로 보지 않는다. “제가 연구하는 필라 테스는 몸과 마음을 함께 회복시키는, 하나의 치유법이에요.”

메디칼 필라티스 지도광경
조은혜는 지금, MZ세대의 필라테스 참여가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주제 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세대는 연결돼 있지만 고립돼 있어요. 끊임없는 비교 속 에 지치고,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무너져요. 그런데 동시에 이들은 자기표현과 자아실현의 욕구도 가장 강해요. 이 지점에서 ‘움직임’이 회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녀의 이력에는 조용하지만 깊은 공감과 실천이 녹아 있다. 따뜻한 환경에서 자랐지 만 타인의 감정을 먼저 살피는 성향 덕분에, 관계의 결을 민감하게 읽는 눈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그녀를 이끈 한 장면이 있다.
“제가 힘들었을 때 어떤 말보다, 그냥 등을 가만히 만져주던 한 손길이 있었어요. 말 보다 더 큰 위로였죠.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화려한 사회참여는 아니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한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 다.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이어온 헌혈은 '익명의 누군가에게 생명을 직접 나눠줄 수 있는 가장 진실한 방법'이었다. 또 졸업 후에도 인제대학교 ‘사과나무 캠페인’에 매달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그건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나를 길러준 곳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에요. 지속적인 연대죠.”

재활운동, 정신건강 논문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는 조은혜
조은혜는 말한다.
“나는 크고 멋진 무언가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지만 끈질기게 남고 싶어요.”
그녀가 준비하고 있는 건 단지 한 편의 논문이 아니다. '운동은 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삶 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 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사람의 삶을 다시 일으키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앞으로는 필라테스를 넘어, 재활운동과 정신건강까지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커리어를 쌓아갈 예정이다.
“나를 통해 누군가가 자기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조은혜는 오늘도 움직임을 연구하고, 누군가의 아픔을 듣고, 삶을 다시 세울 준비를 한다. 그 리고 그 조용한 걸음은 지금, 전 세계의 MZ세대에게 작지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김학민문화예술환경기자
김홍이 국회출입대기자